신을 믿는 것은 무엇일까.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신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그 말을 믿어야 할까.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를 보면서 나는 귀신보다도 ‘믿음’이라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무당인 나 역시 신을 모시며 살아가지만, 신을 믿는 것과 한 인간을 절대적인 존재로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사바하》는 바로 그 경계가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1. 《사바하》 줄거리, 신을 찾던 목사가 악을 만나다한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동생 금화는 한쪽 다리가 온전하지 않은 채 태어나고, 언니는 온몸에 털이 난 기괴한 모습 때문에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그저 ‘그것’이라고 불린다.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아이는 ..
오컬트 영화를 보다 보면 비슷한 존재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무속에서는 악귀라고 표현하는 존재를 천주교 영화에서는 악마나 마귀라고 부르기도 한다.하지만 무당인 내가 보기에는 이 둘을 완전히 같은 존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두려움을 준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지만, 무속과 천주교가 영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영화 《변신》은 바로 이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1. 《변신》 줄거리, 가족의 얼굴을 한 악마《변신》은 김홍선 감독의 2019년 공포·스릴러 영화다.강구와 명주는 세 아이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하지만 이사한 뒤부터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딸은 어느 날 말한다.“어젯밤에는 아빠가 두 명이었어요.”분명 아빠의..
영화 《귀문》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귀신보다 ‘한 장소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원한’이었다.무당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집안에 비슷한 불행이 반복된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그 원인이 반드시 영적인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상담과 굿을 하면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접했던 경험도 있다.《귀문》을 보면서 오래전 내가 굿을 했던 한 시골집이 떠올랐다.1. 《귀문》 줄거리, 죽은 자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련원1990년 귀사리의 한 수련원에서 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그 후에도 수련원에서는 의문의 죽음과 실종이 이어지고 결국 건물은 폐쇄된다. 이곳에는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기이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죽은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집은 단순히 잠을 자고 생활하는 공간만은 아니다.예부터 우리 민간신앙에서는 집과 터에도 각각의 기운과 신이 있다고 여겼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바라며 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무당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이사를 하거나 새집을 지은 뒤부터 이상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영화 《뒤틀린 집》을 보면서 나 역시 예전에 상담했던 한 가족과 그 집의 터가 떠올랐다.1. 《뒤틀린 집》 줄거리,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공포가 되다《뒤틀린 집》은 강동헌 감독이 연출하고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영화다.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으로 이사하게 된 명혜와 가족.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이웃 여자는 명혜에게 이 집이 ‘뒤틀린 집’이라고..
《곡성》을 처음 봤을 때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귀신의 모습보다 ‘의심’이었다.누가 악한 존재인지, 누가 사람을 구하려는 것인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어야 하는지조차 영화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무당인 나에게 《곡성》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나는 실제로 굿판을 벌이고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일을 해왔다. 그래서 영화 속 일광의 굿을 보면서 화려한 장면보다 먼저 ‘저 굿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일까.1. 외지인이 나타난 뒤 시작된 의문의 사건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날 나타난 일본인 외지인..
오컬트 영화에는 악령이나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제8일의 밤》은 조금 다르다.처음에는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는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진짜 두려운 것은 악한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과 집착, 번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무당인 나 역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하다 보면 외부에서 생긴 문제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놓지 못하는 감정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경우를 접한다.그래서 《제8일의 밤》은 내게 단순한 퇴마영화보다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지옥’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1. 《제8일의 밤》 줄거리, 봉인된 존재가 깨어나다아주 오래전, 인간 세상에 고통을 가져오는 존재가 있었다.그 존재의 힘..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파묘》는 꽤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서양의 악령이나 엑소시즘이 아니라 묘, 조상, 풍수, 굿, 무당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무속문화를 이야기 한가운데에 놓았기 때문이다.무당인 나에게 《파묘》는 단순히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라기보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특히 묘를 잘못 건드리면서 시작되는 사건을 보면서 우리 민간신앙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조상과 묘자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1. 영화 《파묘》 줄거리, 한 무덤 아래 또 다른 무덤미국에 사는 한 부유한 집안에서 갓난아기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 증세를 보인다. 가족들은 무당 화림과 봉길을 찾아가고, 화림은 집안에 대물림되는 문제가 조상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