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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절대 현혹되지 마라|무당의 눈으로 본 굿과 의심

cheonjidang 2026. 9. 14. 01:35

목차


    《곡성》을 처음 봤을 때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귀신의 모습보다 ‘의심’이었다.

    누가 악한 존재인지, 누가 사람을 구하려는 것인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어야 하는지조차 영화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무당인 나에게 《곡성》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실제로 굿판을 벌이고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일을 해왔다. 그래서 영화 속 일광의 굿을 보면서 화려한 장면보다 먼저 ‘저 굿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1. 외지인이 나타난 뒤 시작된 의문의 사건

    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날 나타난 일본인 외지인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경찰 종구 역시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종구의 딸 효진에게도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거친 말을 내뱉는 딸을 보면서 종구의 불안은 공포로 바뀐다.

    가족은 결국 무속인 일광을 불러 굿을 벌인다.

    한편 종구 앞에는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여자 무명이 나타나 외지인을 경계하게 만든다.

    외지인, 일광, 무명.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곡성》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단서를 보여주면서도 그 단서가 진실인지 또 다른 미끼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이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근거를 곳곳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곡성》은 악의 정체를 찾아가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관객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2. 일광의 굿, 실제 굿판을 해본 무당의 눈에는

    《곡성》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가운데 하나가 일광의 굿이다.

    빠른 장단과 춤, 칼, 제물이 등장하고 효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외지인이 의식을 하는 모습이 교차된다.

    처음 볼 때는 마치 일광이 외지인을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처음 본 장면의 의미를 다시 의심하게 된다.

    나 역시 실제로 굿판을 벌여본 무당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실제 굿판에 서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히 춤을 추고 장단을 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굿에는 왜 이 굿을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있고, 누구를 위한 굿인지가 있으며, 그 목적에 따라 절차와 의미도 달라진다.

    나도 굿판을 벌일 때 굿을 의뢰한 사람의 사연과 집안의 문제를 먼저 살피고, 어떤 목적으로 굿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곡성》의 굿 장면을 보면서 나는 화려한 동작보다 ‘일광은 지금 누구를 위해 굿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영화는 바로 그 판단을 교묘하게 흔든다.

    관객에게는 일광의 굿과 외지인의 의식을 번갈아 보여준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서로 대결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일광의 살이 외지인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관객 역시 영화가 던진 하나의 ‘미끼’를 물고 있었던 셈이다.

    3. 무당의 말을 맹신하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일광이라는 인물이 무당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겪거나 두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실제로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답을 찾는 분들이 있다.

    나는 무당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당의 역할 자체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내 생각과는 다르다.

    무속의 관점에서 무당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신령이나 망자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를 다루는 과정에서는 무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굿판에 설 때 내 개인적인 생각만으로 의식을 행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신을 모시는 무당으로서 신령의 뜻을 받아 전달하고, 사람과 신령 사이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며 굿에 임한다.

    다만 여기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을 믿는 것과 한 인간으로서의 무당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건강에는 의학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고 가족 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까지 모두 귀신이나 조상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영적인 문제라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그 분야를 다루는 무당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 믿거나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영적인 문제를 구분하여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곡성》의 일광이라는 인물이 더욱 흥미롭다.

    영화는 ‘무당이니까 믿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무당이니까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광을 통해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지, 그 믿음의 근거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관객에게 묻는다.

    4. 미끼를 문 사람은 효진뿐이었을까

    《곡성》에는 낚시와 미끼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낚시꾼이 미끼를 던질 때 어떤 물고기가 잡힐지 미리 알고 던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을 영화 전체에 대입하면 섬뜩해진다.

    왜 하필 효진이었을까.

    왜 종구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해야 했을까.

    영화는 모든 불행에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홍진 감독 역시 현실에서 불행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겪었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왜 하필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문제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곡성》의 ‘미끼’를 단순히 영화 속 사건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에게도 계속 미끼가 던져진다.

    외지인이 범인이라는 의심, 일광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무명이 정말 믿을 만한 존재인가 하는 의심.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영화를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내가 무엇을 믿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5. 무당의 시선으로 본 《곡성》, 진짜 무서운 것은 현혹이다

    나는 굿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작은 우연도 징조처럼 보일 수 있고, 한번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곡성》에서 종구 역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움직인다.

    그는 나쁜 아버지라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절박했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계속 흔들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악귀가 누구인가’보다 다른 질문이 더 오래 남았다.

    사람은 두려움 속에서도 과연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무속에서도 믿음은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믿음과 맹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신을 믿는 것과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는 것도 다른 문제다.

    《곡성》은 끝까지 관객을 의심하게 만들고, 무엇인가를 믿게 만들었다가 다시 그것을 뒤집는다.

    그래서 나에게 《곡성》의 진짜 공포는 귀신도 굿도 아니었다.

    내가 진실이라고 확신했던 것이 누군가 던져놓은 미끼일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영화의 ‘절대 현혹되지 마라’라는 말은 종구에게만 던진 경고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진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영화 《곡성》(2016), 나홍진 감독
    영화의 줄거리, 등장인물 및 작품 기본정보 참고

    2. 영화진흥위원회(KOFIC) · KoBiz
    《곡성》 영화정보 및 한국영화 관련 자료 참고
    영화진흥위원회 KoBiz 바로가기

    3. 나홍진 감독 《곡성》 인터뷰
    영화 속 일광의 정체와 굿 장면, 외지인과 무명의 의미, 영화의 결말과 ‘믿음’에 관한 감독의 설명 참고
    나홍진 감독이 직접 답한 《곡성》 12가지 미스터리|노컷뉴스

    4. 이동진 평론가 《곡성》 평론·해석
    《곡성 The Wailing | [무비딥] 이동진 평론가의 21세기 걸작들 | 나홍진 감독 황정민 곽도원 주연 영화 곡성 해석》
    영화 속 미끼와 현혹, 믿음과 의심, 등장인물과 사건의 구조에 관한 평론 참고
    YouTube 이동진 평론가 《곡성》 무비딥 영상

    5. 필자의 실제 무속 경험
    굿판과 상담, 무당의 역할과 영적인 존재에 관한 내용은 실제 무속 현장에서의 필자 경험과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 영화 《곡성》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므로 감독의 직접적인 설명과 평론가의 해석, 필자의 무속적 관점을 서로 구분하여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