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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집은 단순히 잠을 자고 생활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예부터 우리 민간신앙에서는 집과 터에도 각각의 기운과 신이 있다고 여겼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바라며 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무당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이사를 하거나 새집을 지은 뒤부터 이상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뒤틀린 집》을 보면서 나 역시 예전에 상담했던 한 가족과 그 집의 터가 떠올랐다.

1. 《뒤틀린 집》 줄거리,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공포가 되다
《뒤틀린 집》은 강동헌 감독이 연출하고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영화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으로 이사하게 된 명혜와 가족.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웃 여자는 명혜에게 이 집이 ‘뒤틀린 집’이라고 경고하고, 집 뒤편의 잠겨 있는 창고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 현민은 명혜의 불안과 두려움을 신경쇠약 정도로 여기지만, 딸 희우 역시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목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명혜가 열지 말아야 할 창고문을 열면서 가족에게 점점 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흉가’라는 설정만이 아니다.
영화에는 ‘오귀택’이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대문과 안방의 방향 배치가 뒤틀려 생긴 틈으로 좋지 않은 기운이 들어와 귀신을 불러 모은다는 설정이다.
결국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가족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2. 집에도 주인이 있다, 터줏대감과 우리 민간신앙
영화 속 ‘오귀택’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영화적 소재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등장하는 오귀택의 설정을 그대로 실제 무속의 원리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과 터를 중요하게 여겼던 믿음 자체는 우리 민간신앙과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민간신앙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집 안에도 여러 가신이 있다고 여겨왔다.
특히 터줏대감, 터주신이라는 말은 지금도 비교적 익숙하다.
무속에서 내가 바라보는 집 역시 단순한 건축물만은 아니다.
사람이 오랜 시간 머물고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곳에는 그 공간만의 기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집을 짓거나 새로운 터에 자리를 잡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반복된다고 상담을 오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살피면서도, 필요하다면 터와 관련된 부분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3. 새집을 지은 뒤 시작된 가위눌림, 내가 지냈던 터고사
실제로 상담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다.
새로 집을 지어 들어간 뒤부터 가위에 눌리는 일이 생기고, 잘하던 일마저 점점 어려워져 결국 하던 일이 크게 기울었다며 상담을 온 분이었다.
물론 사업이 어려워진 원인을 집터 하나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사업에는 경제적인 상황이나 개인의 판단, 주변 환경 등 여러 현실적인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나는 그 집의 터와 관련된 부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 집에서 터줏대감님을 달래고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터고사를 지내주었다.
터고사를 지낼 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이 터가 나쁘다”라고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터에 사람이 들어와 살아가게 되었음을 고하고, 터를 관장한다고 믿는 존재에게 예를 갖추며 앞으로 이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편안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더 크다.
나는 그때도 그 가족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터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무당으로서 영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의례를 해드린 것이다.
그래서 《뒤틀린 집》을 보면서 영화 속 집이 단순한 공포의 배경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사람과 집, 그리고 터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4. 무당의 시선으로 본 《뒤틀린 집》, 무서운 것은 집일까 사람일까
《뒤틀린 집》은 겉으로 보면 귀신이 나오는 집에 관한 공포영화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미 흔들리고 있던 가족의 관계와 불안이 ‘뒤틀린 집’이라는 공간을 만나면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무속에서 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을 집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예부터 이어져 온 터에 대한 믿음과 의례를 무조건 미신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실제 상담과 터고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사람과 공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심리적인 안정감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풍수나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무속에서는 터와 그곳을 관장하는 존재에 대한 문제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뒤틀린 집》을 보고 난 뒤 내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집이 뒤틀려 사람이 무너진 것일까, 이미 흔들리고 있던 사람들이 뒤틀린 집을 만난 것일까.
영화는 그 두 가지 공포를 한 공간 안에 겹쳐 놓는다.
그리고 무당인 나에게는 한 가지 생각을 더 남겼다.
새로운 집을 짓고 좋은 집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편안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터가 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집은 벽과 지붕만으로 완성되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영화 《뒤틀린 집》(2022), 강동헌 감독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영화의 기본 설정과 ‘오귀택’ 관련 내용 참고.
제작사 테이크원 《뒤틀린 집》 작품 소개
영화에서 사용된 ‘오귀택’의 설정과 작품 기획 내용 참고.
테이크원 공식 자료https://www.takeonecompany.com/board/board.php?bo_table=notice&idx=124§ion=press&utm_source=chatgpt.com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s://folkency.nfm.go.kr/kr/main?utm_source=chatgpt.com
한국의 가신신앙, 터주를 비롯한 전통 민간신앙과 생활문화 관련 자료 참고.
※ 영화 속 ‘오귀택’에 관한 설정과 실제 한국의 민간신앙 및 무속문화는 구분하여 작성하였다. 터고사와 상담에 관한 부분은 필자가 실제 무속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와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