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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에는 무엇이 남을까.
단순한 손때와 추억만 남는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겪었던 강한 감정과 사연까지 남을 수 있을까.
아일랜드 오컬트 영화 《오디티》를 보면서 나는 예전에 상담했던 한 사람의 ‘구두’가 떠올랐다.

1. 살해된 쌍둥이 동생, 그리고 물건을 읽는 영매
외딴 시골집을 수리하던 다니는 어느 날 밤 낯선 남자 올린의 방문을 받는다.
올린은 누군가 이미 집 안에 들어갔다며 자신을 들여보내 달라고 경고하지만, 얼마 뒤 다니는 잔혹하게 살해된다.
사람들은 올린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1년 후 등장하는 다니의 쌍둥이 언니 다아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영매이자 기이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다아시에게는 물건을 만지면 그 물건에 얽힌 과거를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녀는 올린의 의안을 통해 동생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고, 다니가 죽었던 집으로 거대한 목제 인형을 가져간다.
처음에는 기괴한 인형이 가장 위험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진짜 괴물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 목제 인형보다 무서웠던 인간의 악의
다아시는 동생을 죽인 사람이 올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올린은 오히려 다니를 구하려 했던 사람이었고, 실제 죽음의 배후에는 남편 테드가 있었다.
테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해 아내를 살해했고, 진실을 알아낸 다아시마저 함정에 빠뜨린다.
하지만 다아시가 가져온 목제 인형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영화는 이 인형과 여러 기이한 물건을 통해 죽은 자의 흔적과 복수를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연결한다.
《오디티》에서 흥미로운 것은 물건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을 현재로 끌어오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다.
3. “내 것 내놔”, 꿈속에서 계속 나타난 존재와 구두
나도 무당으로 상담하면서 물건과 관련해 잊히지 않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한 분이 반복되는 가위눌림과 악몽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꿈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계속 나타나 “내 것 내놔”라고 하며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도대체 무엇을 돌려달라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어 무척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상담하면서 무속적으로 받아들인 모습은 그분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 낯선 존재로 느껴졌고, 상담을 이어가면서 최근 집 안에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 생일날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명품구두 한 켤레가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거의 새것처럼 예쁜 구두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중고거래를 통해 상태 좋은 명품구두를 저렴하게 구입해 선물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점사와 상담 과정에서 그 구두와 관련된 망자의 사연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꿈에서 반복해서 “내 것 내놔”라고 했던 말 역시 그 물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그 구두는 소각했고, 나는 그 물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한 망자의 혼을 달래기 위해 천도 의례를 진행했다.
물론 가위눌림과 악몽은 수면 상태나 스트레스 등 여러 현실적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영적인 문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내가 실제 상담을 하면서 무속적으로 경험하고 해석했던 사례 중 하나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특히 누가 사용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중고 물건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조심해서 바라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4. 무당의 시선으로 본 《오디티》, 물건보다 무서운 것은 그 뒤의 사연
《오디티》의 재미있는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판단을 흔든다는 것이다.
무섭게 생긴 올린은 범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니를 구하려 했고, 정상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였던 테드가 오히려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기괴한 목제 인형 역시 처음에는 공포의 대상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음의 진실과 복수에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물건의 겉모습보다 그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내가 상담했던 내담자의 구두도 마찬가지였다.
새것처럼 깨끗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준 생일선물이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이전에는 누구의 것이었고 어떤 사연을 거쳐 중고시장에 나오게 됐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중고 물건이나 골동품에 모두 영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디티》처럼 하나의 물건 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설정은, 실제 무속 상담을 하는 나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영화에서는 의안과 목제 인형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내가 경험했던 상담에서는 그것이 한 켤레의 구두였다.
그래서 나에게 《오디티》가 남긴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정말 물건만 가져오는 것일까. 아니면 그 물건이 지나온 이야기까지 함께 가져오는 것일까.
참고자료
영화 《오디티》(Oddity, 2024), 데미언 매카시 감독
《Oddity》 공식 작품정보 및 시놉시스https://www.odditymovie.com/?utm_source=chatgpt.com
RogerEbert.com 데미언 매카시 감독 인터뷰 및 영화평론https://www.rogerebert.com/reviews/oddity-horror-film-review-2024?utm_source=chatgpt.com
※ 영화 속 영매 능력과 초자연적인 물건은 영화적 설정이다. 구두와 망자 천도에 관한 내용은 필자가 실제 무속 상담과 의례 과정에서 경험하고 해석한 개인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